우리나라 산불, 왜 동쪽으로 잘 번질까?

 

지형과 기상 조건으로 풀어보는 산불 확산의 비밀

 

해마다 봄철이면 반복되는 산불.
그런데 유독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지역이 있습니다.
강원 동해안, 경북 동부, 울진, 삼척...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그렇습니다.
‘동쪽’ 지역입니다.
그리고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지형과 기상 조건이 만들어낸 과학적 현상입니다.





1. 동쪽으로 번지는 산불, 실제로 많다

우리나라 산불 통계를 보면,
**산불 발생 후 확산 방향이 동쪽인 경우가 약 68%**에 달합니다.
대표 사례만 봐도 알 수 있죠.

  • 2022년 울진·삼척 산불: 서쪽 봉화에서 시작 → 동해안까지 확산

  • 2025년 경북 안동 산불: 태백산맥을 넘어 동쪽 도시로 퍼짐

  • 2019년 고성·속초 산불: 내륙에서 시작해 동해안으로 번짐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2. 푄현상: 동쪽을 더 뜨겁고 건조하게 만든다

가장 큰 이유는 바람, 그중에서도 **‘푄(Foehn) 현상’**입니다.

  • 봄철, 우리나라에는 중국 내륙에서 불어오는 서풍이 자주 발생합니다.

  • 이 바람은 태백산맥과 소백산맥 같은 고산 지대를 넘으며 건조해지고 고온화됩니다.

  • 산을 넘은 바람은 동쪽 지역에 뜨겁고 마른 공기를 퍼뜨립니다.

이 푄현상은 동해안의 봄철 산림을
“건조하고, 바삭하게 잘 타는 상태”로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 작은 불씨 하나에도 큰 산불로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됩니다.




3. 산림 구조 + 바람 방향 = 위험한 조합

한국의 동부 지역은 침엽수가 밀집된 산악지형이 많습니다.
소나무처럼 송진이 많은 나무는 한번 불이 붙으면 빠르게 확산되죠.

  • 바람이 서쪽에서 불어오고

  • 경사가 동쪽으로 완만하게 이어지고

  • 침엽수림이 촘촘히 분포되어 있으면…

산불이 동쪽으로 번질 조건은 완벽히 갖춰진 셈입니다.




4. 푄현상 + 강풍주의보 = 산불 위험 신호

산불이 가장 잘 퍼지는 날은 이렇습니다:

  • 기온 높음 (20℃ 이상)

  • 습도 낮음 (30% 이하)

  • 풍속 강함 (초속 5~10m 이상)

  • 서풍 또는 남서풍 계열 바람

  • 동쪽 산악지대에 푄현상 발생

이러한 조건이 겹치면, 산불 대응기관은 ‘산불 위험 경보’를 발령하게 됩니다.
실제로 동해안 지역은 매년 3~4월 강풍주의보와 건조주의보가 동시에 발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5. 산불 대응은 예측력에서 시작된다

“산불은 어디서 시작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디로 갈지를 아는 게 더 중요하다.”

동쪽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날엔

  • 사전 입산 통제

  • 드론 예찰 확대

  • 소방차 진입로 확보
    등의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지형과 바람, 기후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피해를 줄이는 힘이 됩니다.


6. 결론: ‘왜 동쪽으로 번질까’를 이해해야 대응이 보인다

우리나라의 산불은 결코 무작위로 번지지 않습니다.
동쪽으로 확산되는 빈도가 높은 데에는
기상 조건(푄), 지형 구조(동고서저), 산림 구성(침엽수)
이라는 명확한 과학적 원인이 있습니다.

이제 산불 뉴스에서 “동쪽으로 번졌다”는 말이 나올 때,
그 배경이 무엇인지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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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편 예고]

    “산불이 경사면 위로 빠르게 번지는 과학적 이유는?”
    복사열, 대류열, 발화점… 산불 확산의 과학을 흥미롭게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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